[사설] 대법원, “심리불속행.. 사법 효율인가 판단 회피인가?”

 

정정보도 소송의 핵심은 언론 보도의 사실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했다. 상수도관 관리 실태 및 보도의 정확성은 대법원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언론 보도의 진위를 판단하는 정정보도 소송이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인해 사실 관계에 대한 최종 판단 없이 마무리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15일, 평택시 상수도관 관련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따라 본안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사건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상수도관 설치 및 관리 실태, 행정 문서의 정확성, 그리고 언론 보도의 사실성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정보도 제도는 언론 보도가 사실과 다를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한 법적 장치로, ‘무엇이 사실인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하급심 단계에서 제기된 현장검증 요청, 재판부 석명 요구, 중요 증거 제출 여부 논란 등이 상고심에서 아예 심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정정보도를 해야 하는지 여부”는 확정됐지만, 보도가 사실이었는지, 행정이 정확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끝내 내려지지 않았다.

 

대법원의 ‘심리불속행’제도는 사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절차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행정기관의 책임과 언론의 공익적 보도가 충돌하는 중요한 사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절차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절차적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본안 판단을 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면, 중대한 공적 사안일수록 최고법원의 판단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남은 질문은 명확하다. 정정보도 소송에서 사실 판단이 빠진 판결은 과연 정당한가,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긴 공백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러한 의문은 앞으로의 법적 논의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법 효율성을 위해 도입된 절차가 실제로는 판단 회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은 행정 책임과 언론 보도의 정확성이라는 중요한 공적 사안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지 못한 채 종결됐다. 이는 정정보도 소송의 근본적인 목적을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앞으로 유사한 사안에서 어떤 법적 기준이 적용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남긴다. 이번 사건이 향후 사법 절차와 언론의 책임성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