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수원의 문제를 화성이 떠안아야 하는가.” 수원 군공항 이전 논쟁이 다시 정치권의 한복판으로 떠오른 가운데, 시민들의 질문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고도 직설적이다. 수원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갈등의 본질을 관통하는 이 물음에 대해 “지금까지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 이 사안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고 있다.
수원 군공항은 1950년대 조성된 군사시설이다. 당시에는 도시 외곽이었던 이 지역이 이후 수원 도심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공항 주변에 주거지와 상업시설이 들어섰고, 결국 군공항은 도시 중심에 남게 됐다. 그 결과 등장한 해법이 바로 군공항 이전이다. 수원시는 소음과 안전 문제를 이유로 꾸준히 이전을 요구해 왔고, 정치권 역시 “군공항 이전”을 지역 현안 해결책으로 반복해 제시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수원에서 밀려난 군공항의 이전 후보지로 꾸준히 거론되는 곳이 바로 화성시다. 이 구조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본질은 명확해진다. 수원은 개발하고, 화성은 소음과 위험을 떠안는다. 군공항 이전 논쟁이 불러온 불편한 진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수원 도심은 군공항 이전으로 개발 이익을 얻고, 대신 인근의 또 다른 대도시가 전투기 소음과 각종 규제를 떠맡는 구조가 과연 공정한 정책인가 하는 질문이다.
군공항은 단순한 공항이 아니다.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군사시설 이다. 전투기 특유의 폭발적인 소음은 물론, 활주로 주변의 고도 제한, 비행 안전을 이유로 한 각종 개발 규제, 환경 갈등까지 뒤따른다. 전국의 군공항 주변 지역에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민원과 소송이 그 현실을 증명한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충분히 경험된 피해와 갈등을 또 다른 도시에 다시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지금 논의되는 이전 후보지는 인구가 희박한 지역도, 미개발 지역도 아니다. 화성시는 이미 인구 100만 명을 넘어선 특례시다. 동탄 신도시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과 첨단 제조업이 밀집한,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핵심 도시 이기도 하다. 이런 도시에 대해 인구 100만 특례도시에 전투기 군공항을 새로 짓겠다는 발상이 과연 정상적인 정책인가라는 물음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실제로 세계 어느 선진 도시에서도 인구 백만 규모의 대도시 한가운데에 전투기 공항을 새로 만드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공항 이전 논의는 여전히 어딘가로 보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어딘가’로 반복해서 거론되는 곳이 화성이다. 하지만 화성은 누군가의 문제를 받아주는 정책적 완충지대가 아니다. 빠르게 성장해 온 자립적 대도시를, 다른 도시의 난제를 처리하는 배출구로 취급하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군공항 이전이 정말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면, 그 책임과 결정의 주체는 분명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할 사안 이라는 것이다. 어디가 전략적으로 필요한지, 어디가 안보와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합리적인지,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이와 거리가 멀다. 수원은 이전을 요구하고 화성은 반대하고 경기도와 정부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입장만 부딪칠 뿐, 국가 차원의 전략과 원칙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지역 갈등뿐이다. 수원과 화성 시민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정치권은 이를 중재하기보다 지역 여론을 계산하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이것은 정책의 실패라기보다 정치의 무책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되는 사이,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공중에 떠 있다. “왜 하필 화성인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인가. 정치적으로 가능해 보이기 때문인가. 도시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을 이런 이유로 내릴 수는 없다. 화성 시민들이 반대하는 이유 역시 복잡하지 않다. 자신들의 도시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도시개발을 위해 다른 도시가 희생되는 방식의 정책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떠넘기기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는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어디로 보낼 것인가”가 아니라, “국가 안보 시설을 어떤 전략 속에서 재배치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국가적 답변과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한, 군공항 이전 논쟁은 계속 같은 자리에서 맴돌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시민들은 계속 묻게 될 것이다. “인구 100만 특례도시 화성에 전투기 공항을 왜 만들려 하는가.” 이 질문에 설득력 있게 답하지 못한다면, 군공항 이전 논의는 앞으로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지역에 부담을 떠넘기는 정치가 아니라, 안보와 도시 미래, 공정성을 함께 고려한 국가 전략이라는 점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