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은 늘 성과를 말하지만, 기록하는 정치인은 드물다. 2월 1일 오후, 한국공학대 아트센터 TIP기술혁신파크에서 열린 임병택 시흥시장의 출판기념회는 그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임병택의 시정일기』는 시정 성과를 나열한 보고서도 정치적 수사를 앞세운 선언문도 아니었다. 이 책은 도시 행정을 ‘삶의 기록’으로 남기려는 시도였다.
행사장에 내걸린 문구는 명확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행복을 지켜드리는 것.” 이 한 문장은 지난 8년간 임병택 시정이 스스로에게 던져온 질문이자, 이 책의 방향을 압축한 문장이었다.
시정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임병택의 시정일기』의 가장 큰 특징은 과정의 기록에 있다. 대규모 개발, 정책 성과, 수치로 증명되는 결과뿐 아니라, 현장에서 만난 시민의 말, 선택의 갈림길에서의 고민, 행정이 주저했던 순간까지 담았다. 성과 중심 행정의 관성에서 한 발 비켜선 지점이다.
임병택 시장은 인사말에서 “시정은 숫자와 보고서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기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행정을 관리의 영역이 아닌 책임의 서사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잘된 정책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부족했던 순간까지 기록하겠다는 태도는 행정 책임자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 책이 ‘자랑’보다 ‘기억’에 가까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도시에서 생활도시로, 시흥의 변곡점
출판기념회에서 이어진 축사들은 시흥의 지난 8년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해 주었다. 산업과 개발 중심의 도시에서 삶의 질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도시로의 이동. 이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변화다. 정책의 방향, 행정의 태도, 시민과의 관계가 동시에 바뀌어야 가능하다.
시민 대표의 말처럼, 이 책이 “우리 이웃의 이야기처럼 읽힌다”는 평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정이 멀어질수록 시민은 무력해지고, 행정이 가까워질수록 도시는 살아난다. 『임병택의 시정일기』는 그 거리를 줄이려는 기록이다.
출판기념회가 보여준 또 하나의 장면
행사 이후 이어진 사인회와 대화의 시간은 형식적이지 않았다. 책을 매개로 시흥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정책을 질문하고, 일상의 문제를 나누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이는 출판기념회가 정치 이벤트를 넘어 공감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은 결국 사람에게 도착해야 의미가 있다. 그 과정이 기록으로 남을 때, 행정은 평가받을 수 있고 민주주의는 한 걸음 더 전진한다.
도시의 시간은 누가 기록하는가
『임병택의 시정일기』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도시의 시간은 누가,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도시는 결과만 남기고 과정을 잊는다. 그러나 도시를 움직이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선택과 책임이다. 이 책은 시흥의 지난 8년을 통해, 시정이란 결국 평범한 하루를 지켜내는 연속된 선택의 기록임을 보여준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한 시장의 책 출간을 넘어, 행정이 어떤 태도로 시민 앞에 서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했다. 시흥의 다음 페이지는 아직 쓰이는 중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기록이 앞으로의 시정을 평가하는 기준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도시는 말로 성장하지 않는다. 도시는 기록된 선택 위에서 조용히 다음 날을 맞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