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인 박효진 후보가 삼일절을 앞두고 이른바 ‘리박스쿨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최근 논란이 된 외부 역사교육 프로그램의 학교 유입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교육청 주도의 공공 역사·민주시민교육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예비후보는 27일 발표문을 통해 “107주년 3·1 운동을 맞아 삼일정신의 의미를 되새긴다”며 “자유, 자주, 민주라는 가치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내용이 공교육의 이름으로 아이들 곁에 서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정 이념이나 역사관을 주입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민간 프로그램을 더 이상 학교 현장에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읽힌다.
핵심은 ‘이념 편향 외부교육 차단 원칙’의 제도화다. 박 예비후보는 교육청 산하에 ‘외부 교육프로그램 공공성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정치적 중립성, 역사 왜곡 여부, 인권 침해 요소 등을 사전에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회를 통해 학교가 도입하려는 외부 강연·체험·캠프 등의 내용과 운영 주체를 체계적으로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외부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 공개도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강의안과 교재, 강사 이력, 단체의 성격과 활동 내역 등을 사전에 공개하는 ‘사전 공개 의무제’를 도입해 학부모와 교사, 학생이 내용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계약·협약 구조를 투명하게 관리해, 특정 단체와의 밀실 계약이나 편법 위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교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 역시 강화된다. 박 예비후보는 외부 교육프로그램 도입 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필수화하고, 교사회의 의견 수렴 절차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역사·시민교육 관련 프로그램의 경우 학생 의견을 청취하도록 권고해, 교육 내용 결정 과정에 학생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역사·민주시민교육 영역은 원칙적으로 학교 내부 역량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외부 위탁은 예외적 상황에서만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정책 방향은 ‘차단’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박 예비후보는 교육청 직속 ‘공공 역사·민주시민교육 지원단’을 설치해 검증된 강사 풀을 구축하고, 토론 중심 수업 자료와 다중 관점 비교 수업 모델을 개발·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민간 단체 의존도를 줄이고, 공적 책임 아래 다양한 관점을 균형 있게 다루는 수업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교사 역량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교사 연수를 확대하고, 비판적 사고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갈등과 쟁점을 다루는 토론 수업 매뉴얼을 보급해, 교사들이 정치·사회적 논쟁 사안을 교육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다. 학생 참여형 시민교육 확대를 위해서는 쟁점 토론 수업과 모의의회, 헌법 교육을 강화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방과후·돌봄 영역인 늘봄·방과후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전면 점검을 예고했다. 박 예비후보는 외주 구조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공공기관·박물관·도서관 등과의 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공성 기준에 부합하는 강사에게만 자격을 부여하는 ‘강사 인증제’를 도입해, 방과후 프로그램에서도 정치적 중립성과 역사적 사실성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예비후보는 “학교는 선전장이 아니라 질문이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공간이어야 한다”며 “삼일정신을 계승하는 길은 과거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교실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3·1운동을 상징 자원으로 내세우며, 역사교육의 공공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경기도교육감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리박스쿨 없는 학교’ 정책 선언은 최근 교육계에서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과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외부 프로그램의 이념 편향 여부, 교육청의 심의 권한 범위, 학교 자치와의 관계 등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공약이 향후 경기도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역사·시민교육의 방향과 공공성 기준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