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 기자회견의 장소로 일월수목원이 선택된 것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메시지의 맥락을 생각하면 상징적이다. 겨울의 정원은 화려함보다 질서를, 속도보다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6일, 이곳에서 열린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의 신년기자회견은 바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시정의 방향을 차분히 정리하는 자리였다.
기자회견의 핵심 키워드는 ‘시민’이었다. 시장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새빛만남’을 통해 44개 동을 직접 찾아 시민을 만났고, 질문의 형식도 정하지 않은 채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집 앞 쓰레기 문제 같은 생활 민원부터 시정 전반, 도시와 국가의 미래에 대한 제안까지, 현장의 이야기가 정책의 출발점이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468건의 건의 중 88%를 처리했다는 수치는 성과로 읽힌다. 동시에 이 숫자는 기자의 시선에서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처리’의 깊이와 지속성이다. 단기적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과 중·장기 과제를 구분해 로드맵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은 합리적이지만, 시민의 체감은 결국 시간이 지나서야 확인된다. 그리고 남은 12%는 어떤 이유로 아직 답을 기다리고 있는지다.
오는 15일 신설된다는 ‘시민소리해결팀’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해 보인다. 듣는 행정을 넘어, 끝까지 책임지는 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시민 체감 정책으로 묶인 ‘새빛시리즈’는 수원 시정의 성격을 비교적 분명히 보여준다. 돌봄, 민원, 주거, 참여 플랫폼까지 생활과 맞닿은 영역을 전면에 내세운 점은 행정의 무게 중심을 시민 일상에 두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특히 새빛민원실이 여러 기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는 설명은 행정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체감 정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책 효과를 시민의 언어로 어떻게 설명하고 검증할 것인지는 계속 남는 과제다.
경제와 도시 미래에 대한 구상은 보다 긴 호흡을 요구한다. 수원 경제자유구역, R&D 사이언스파크, 첨단과학연구 중심도시 비전은 수원을 ‘연구가 축적되는 도시’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단기간의 성과보다 구조적 변화에 가까운 이야기다. 연구와 산업,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앞으로 더 요구될 수밖에 없다.
문화·관광 분야에서 제시된 수원화성 3대 축제 세계화 구상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방문객 수와 경제 효과라는 목표 못지않게, 축제가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의 참여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인지가 중요하다. 축제는 규모보다 관계에서 지속 가능성이 결정된다.
이번 신년기자회견을 관통한 시정 철학은 ‘시민주권 도시’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시민의 목소리에서 출발해 정책으로 이어지고, 다시 시민의 평가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는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갈등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비판적 의견을 어떻게 수용하는지가 그 진정성을 가른다.
겨울의 일월수목원은 조용했지만, 그 자리에서 정리된 시정의 과제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지난 성과를 발판 삼아, 올해는 실행의 밀도를 높여야 하는 시간이다. 시민의 말이 정책이 되고, 그 정책이 다시 시민의 삶에서 확인되는 선순환. 그 구조를 얼마나 단단히 만들 수 있는지가 앞으로 수원 시정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