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출입국 제도가 현대 다문화 가정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제결혼 가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딸이 한국 국적을 갖고 정식 사업자로 식당을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어머니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제도’가 과연 현대 사회에 부합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다.
현재 한국의 비자체계는 가족관계와 노동 가능 여부를 철저히 분리하고 있다. “가족이라면 도와줄 수 있다”는 상식이 법 앞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관광·단기방문(C-3) 비자를 소지한 경우, 단 한 번의 서빙이나 가게 지원조차 노동으로 간주된다. 가족 간의 일도 예외가 아니다. 딸의 사업을 돕기 위해 장모가 잠시 설거지를 하는 것조차 ‘상업적 이익 활동’으로 간주되어 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다.
이러한 제도는 단순한 규제 차원을 넘어, 현대 가족의 기본권과 생계 구조를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의 국제결혼 가정은 이미 15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다문화 2세는 전국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정이 실제로 겪는 생활 구조를 반영한 제도 개선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과거에는 외국인이 관광비자로 들어와 ‘불법 취업’을 하며 장기간 체류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이유로 모든 가족까지 동일하게 규제하는 방식은 이제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과잉 규제로 인해 선량한 가족들이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는 “비자별 역할이 정해져 있다”고만 설명한다. 그러나 질문은 명확하다. “가족의 최소한의 생계·도움조차 불법 취업으로 규정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이 문제는 특정 가정의 하소연이 아니라, 다문화 가족과 소상공인 구조 전체의 문제다. 이미 지방 소도시에서는 가족경영이 불가능해 인력난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 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해외에 사는 어머니가 잠시 체류하며 함께 운영을 돕는 것은 세계 주요 국가에서 이미 널리 인정되는 가족 단위 생계 구조다.
한국 역시 시대가 바뀌었다. 여전히 20년 전 기준에 머물러 있는 비자체계를 개편하지 않는다면, 다문화 가정은 물론 지역경제까지 피해가 이어질 것이다. 이제는 법이 현실을 따라가야 할 때다. 가족조차 함께 일할 수 없는 나라라면, 그 제도는 이미 국민 생활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다. 법무부와 출입국은 ‘가족 도우미형 장기체류 비자’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시대의 요구이자 기본적인 인권 차원의 업데이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