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맞이하며 전체 결혼의 8~10%가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귀화자와 다문화 2세의 숫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외국인 노동 및 체류 정책은 여전히 불법취업 방지 중심의 과거 규범에 머물러 있어 다문화 가정의 생계와 창업에 막대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특히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결혼이민자 가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로, 외국인 부모가 자녀의 자영업을 도와주는 행위조차 불법 취업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가족의 생계와 창업의 지속성, 다문화 가정의 안정적 정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사례로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베트남 출신 아내가 쌀국수 가게를 창업했지만, 레시피를 전수해준 어머니가 C-3 비자로 장기간 도움을 줄 수 없고, 가게 주방 출입조차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러한 상황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가족 활동이 노동으로 취급되며 가족의 생계와 창업에 제약을 가하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행 외국인 노동 규제는 노동(취업)과 비노동(관광·방문)으로만 분류되지만, 다문화 가정은 그사이에 위치해 있다. 가족이 생활을 보조하고 기술을 전수하는 활동은 대부분 국가에서 자연스러운 상호부조로 인정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외국인 가족의 활동이 영리 목적의 노동으로 규제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자영업자의 70% 이상이 가족 중심 사업체임을 감안할 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로 비판받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지속가능한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외국인 관련 법제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먼저, 외국인 가족의 무급 가족 지원 활동을 합법화해야 한다. 딸 또는 아들의 가게에서의 문화 및 기술 전수, 가족 식당에서의 비영리적 생활 보조, 창업 초기 자녀의 정서적·가사적 지원 등은 노동으로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통해 불법취업 단속과 가족 보호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적 취득자의 직계가족을 가족 단위 체류로 인정하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국적을 취득한 결혼이민자의 부모는 현재 대부분 C-3 방문비자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가족의 도움과 지지가 제약받고 있다. 새로운 체류 범주인 ‘F-1-가족지원 비자(가칭)’를 도입해 국적 취득자의 직계존속이 생활지원·가사보조·적응 지원을 목적으로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돌봄 공백 해소, 자영업자의 안정, 다문화 가정의 정착에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출입국 심사에 가족 단위 심사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 현재는 개인별 단기체류 패턴만 중점 관리하지만, 가족 단위 체류를 고려한 심사체계가 필요하다. 국적자 자녀와의 실질적 가족관계, 정착 관계, 경제적 고착성, 가족 내 역할 등을 반영하는 통합 가족 심사 기준이 도입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창업자 지원 정책의 별도 법제화가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 창업 지원, 외국인 가족 기술 전수 지원, 가족 창업 멘토링 프로그램, 다문화 식당·요식업 창업 생태계 구축 같은 정책을 통해 다문화 가정도 가족 기반 운영 방식을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사회가 현 제도를 유지한다면, 결혼이민자의 정착률 하락, 다문화 가정의 경제적 불안정, 지역상권 및 자영업의 인력 공백 심화, 다문화 2세에게 남는 차별 경험 등 여러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가족의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 지역 경제력, 국가 경쟁력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가족은 어떤 법적 규정보다 먼저 보호되어야 할 공동체이며, 외국인 관련 법제가 가족을 제약하기보다는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다문화 가정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세대를 넘어 발전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의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러운 가족 활동이 제한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변화가 시급하다. 이러한 변화는 출입국정책을 중심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