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경기도에 돈이 없나”…김동연, 추미애 ‘재정위기론’ 정면 반박

김동연 “재정 어려움과 재정위기는 달라”…민선8기 확장재정 책임론 반박
2025년 결산상잉여금 6,884억·순세계잉여금 2,527억…부채 증가도 동시에 확인
추미애 도정 5,465억 세출 구조조정…“채무성 재원 의존한 확장재정” 재반박
‘돈이 없다’면 어디서 얼마가 부족한가…전·현직 지사 공방보다 필요한 건 재정 장부 공개

 

[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경기도 재정을 둘러싼 논쟁이 결국 전·현직 도지사의 정면충돌로 번졌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취임 이후 경기도 재정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민선8기 확장재정과 지방채 발행 등을 문제 삼자, 김동연 전 경기도지사가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핵심은 단순하다. 지금 경기도는 정말 ‘재정위기’인가. 그리고 현재의 재정 부담을 민선8기 확장재정의 결과로 볼 수 있는가.

 

김 전 지사는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확장재정으로 책임을 다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재정이 어렵다는 것과 그 원인을 전임 도정의 확장재정에서 찾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취지로 추 지사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김 전 지사는 민선8기 당시 고금리·고물가·고환율과 중앙정부의 긴축재정, 세수 결손이 겹친 상황에서 경기도가 민생의 방파제 역할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지역화폐와 소상공인 지원, 생계·돌봄뿐 아니라 반도체·재생에너지 등 미래투자를 유지하기 위해 지방채와 기금 차입을 활용한 것은 ‘방만 재정’이 아니라 정책적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전 지사는 “재정 운영에 어려움은 늘 있는 법이지만 지금이 재정위기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25년 경기도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12.86% 수준이라는 점도 반박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 경기도가 공개한 2025회계연도 결산자료를 보면 일반·특별회계 총 예산규모는 약 43조6,495억 원, 세입결산액은 약 43조6,556억 원, 세출결산액은 약 42조9,672억 원이다.

 

세입과 세출의 차이인 결산상잉여금은 약 6,884억 원이었으며, 이월사업비와 국고보조금 반납액 등을 제외한 순세계잉여금은 약 2,527억 원이었다.

 

반면 재무제표상 부채는 약 7조3,469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7,383억 원, 11.2% 증가했다. 즉 잉여재원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부채 부담이 증가했다는 사실이 동시에 존재한다. 어느 한 숫자만으로 경기도 재정을 ‘문제없다’거나 ‘파탄 직전’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추미애 도정이 제시하는 논리도 분명하다. 추 지사는 지난 8월 5일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하면서 민선8기가 상당수 민생·필수사업 예산을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했고, 더 이상 끌어다 쓸 재원과 위기를 미룰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경기도는 취득세 수입이 2022년 약 11조 원에서 올해 약 8조 원 수준으로 감소했고, 전체 예산 가운데 도가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제한돼 있다는 점을 재정 압박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추미애 도정은 제2회 추경에서 기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5,465억 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선관위 위탁금 미교부액 236억4,800만 원, 부곡 국지도 건설 보상비 190억 원, 경기신용보증재단 출연금 163억5천만 원 등을 감액했고, 행정운영경비 222억 원과 3급 이상 고위공직자 업무추진비 4억 원 등도 줄였다. 확보한 재원은 난임부부 시술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의료급여 등 민생·복지 사업 등에 재배치했다.

 

김 전 지사의 반박이 나오자 현 경기도정도 즉각 맞받았다.

 

경기도는 민생이 어려울 때 확장재정이 필요하다는 원칙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지출 구조조정과 세입 확충 같은 자구노력 없이 지방채와 채무성 재원에 의존한 확장재정을 ‘책임 있는 재정’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도는 2026년에도 약 1조2,500억 원 규모의 지방채 및 채무성 재원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현재의 재정 부담이 단순한 표현상의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결국 이번 논쟁은 ‘확장재정이 옳았느냐, 틀렸느냐’는 정치적 공방만으로 결론 낼 사안이 아니다. 따져야 할 것은 숫자다.

 

민선8기 지방채와 기금 차입 가운데 얼마가 민생사업에 투입됐고 얼마가 미래투자에 사용됐는지, 현재 경기도가 실제 부담해야 하는 연도별 원리금은 얼마인지, 9개월만 편성된 사업의 부족액은 정확히 얼마였는지, 그리고 현 도정이 말하는 ‘재정 비상’이 객관적인 재정지표상 어느 수준에 해당하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추미애 도정 역시 ‘돈이 없다’거나 ‘재정이 어렵다’는 설명만 반복해서는 부족하다.

 

경기도 스스로 2026년 제2회 추경 규모를 42조2,420억 원으로 편성하면서 5,465억 원을 구조조정했고, 동시에 민생·복지·SOC 분야에 재원을 다시 투입했다. 그렇다면 도민에게 필요한 설명은 단순한 위기 선언이 아니라 어디에서 얼마가 부족하고, 왜 부족해졌으며, 앞으로 몇 년 동안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에 대한 재정 장부의 공개다.

 

김동연 전 지사 역시 확장재정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을 넘어 지방채와 기금 활용이 장기적으로 어떤 상환 부담을 남겼는지까지 숫자로 설명할 책임이 있다.

 

결국 전임 지사는 “민생을 위한 책임 있는 확장재정”이었다고 말하고, 현 도정은 “자구노력 없는 채무 의존”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같은 경기도 재정을 두고 한쪽은 ‘감당 가능한 수준’, 다른 한쪽은 ‘비상 상황’이라고 말하는 셈이다.

 

도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다. 경기도에 정말 돈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한 것인지, 부족하다면 그 원인이 세수 감소인지 전임 도정의 지출 확대인지, 두 요인이 각각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수치로 밝히는 것이다.

 

전·현직 지사의 공방이 거세질수록 답은 말이 아니라 장부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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