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청원까지 갔는데…경기도 해명은 왜 도민을 설득하지 못하나

경기도 “민생 필수예산 9개월분만 편성”…전임 예산편성·재정여력 한계 강조
학교급식·노인장기요양 중단 우려라면서 도민에게 충분히 알렸나
사퇴 청원까지 번진 민심…“사실 왜곡” 유감 표명보다 구체적 설명과 책임 있는 해법 먼저

 

[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경기도지사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등장한 가운데 경기도가 14일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재정위기와 민생예산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 브리핑이 과연 성난 도민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한 설명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경기도는 이날 “지난해 편성된 2026년 경기도 민생 필수 예산은 9개월분만 반영돼 있었다”며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10월부터 학교급식, 노인장기요양 등을 비롯한 상당수 민생 필수 사업이 중단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또 2025년 경기도가 약 20년 만에 지방채를 발행했고 발행액이 한도의 99.6%에 달했으며, 각종 기금과 내부 재원까지 상당 부분 활용해 추가 재정 여력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설명대로라면 현재의 재정난은 민선 9기 출범 이후 갑자기 만들어진 문제가 아니라 이전 예산편성 단계부터 이미 예정돼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질문은 더 분명해진다. 민선 9기 경기도정은 이 같은 재정 상황을 언제 정확히 파악했는가. 학교급식과 노인장기요양 등 도민 생활과 직결된 필수사업의 예산이 9개월분밖에 없다는 사실을 언제 확인했으며, 이를 도민과 경기도의회에 얼마나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알렸는가.

 

10월이면 필수사업의 재정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였다면 단순한 예산 부족이 아니라 도정의 핵심 현안으로 다뤄졌어야 한다. 도민들이 궁금한 것은 “누가 예산을 이렇게 편성했느냐”만이 아니다.

 

현재 경기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민선 9기가 이 문제를 파악한 이후 무엇을 했고, 어떤 사업에서 얼마가 부족하며, 이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서면 브리핑에서는 정작 이런 부분을 충분히 찾아보기 어렵다.

 

경기도는 “민선 9기 도정이 멀쩡히 편성된 민생예산을 고의로 삭감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퇴 청원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도민을 향해 먼저 꺼내야 할 말이 ‘사실 왜곡에 대한 유감’인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도민들 사이에서 도지사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나왔겠는가.

 

청원의 주장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경기도는 감정적인 유감 표명에 앞서 숫자와 자료로 바로잡으면 된다. 어떤 예산이 언제 편성됐고, 얼마가 부족하며, 민선 9기 출범 이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시간순으로 공개하면 될 일이다.

 

특히 학교급식과 노인장기요양처럼 도민 생활과 직결된 사업을 거론했다면 더욱 그렇다.

 

‘예산이 9개월분밖에 없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별 당초 예산과 부족액, 추가로 필요한 재원, 현재 확보한 재원, 향후 확보 방안까지 공개해야 도민이 현재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재정위기의 원인이 이전 도정에 있다면 그것 역시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하면 된다. 반대로 민선 9기 출범 이후 대응이 늦었거나 도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 있게 인정해야 한다.

 

도민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사실이다.

 

경기도는 “세제개편 등 근본적인 해법을 중앙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것 역시 당장 눈앞에 닥친 재정 공백에 대한 직접적인 답은 아니다.

 

중앙정부와 국회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과 현재 경기도가 책임져야 할 예산 문제는 구분해서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에서 경기도가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은 ‘왜 사퇴 청원까지 나왔느냐’는 것이다.

 

도민이 재정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도민만 탓할 일이 아니다. 도정이 그만큼 정확하고 투명하게 설명했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도민에게 “깊은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하기 전에 도민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사퇴 청원에 동의하느냐, 동의하지 않느냐는 그다음 문제다.

 

경기도가 해야 할 일은 청원에 불편함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청원이 제기될 정도로 커진 도민의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 장짜리 해명보다 더 구체적인 재정 공개다.

 

누가, 언제, 얼마를 편성했고 무엇이 부족해졌는지, 민선 9기는 언제 이를 인지했고 지금까지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앞으로 도민에게 추가로 어떤 부담과 사업 조정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도민도 판단할 수 있다.

 

경기도가 말한 것처럼 사실이 왜곡됐다면 사실로 바로잡으면 된다. 그러나 도민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왜곡”이라는 말만 앞세운다면 불신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사퇴 청원까지 등장한 지금, 경기도가 내놓아야 할 것은 ‘이해해 달라’는 호소가 아니다. 도민이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을 만큼 투명하고 구체적인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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