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이재명 정부의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야권은 이른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신속처리 요청 의혹’과 과거 음주운전 전력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김 후보자의 자격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이미 확인된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신약 관련 논란의 경우 관련 형사사건에서 법원이 김 후보자에게 전달된 요청을 두고 정식 심사절차를 생략하거나 다른 업체보다 우선적으로 검토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한 사실은 이번 검증에서 함께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신약 청탁’ 논란…법원 판단도 함께 봐야
논란의 핵심은 2021년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과 관련한 김 후보자의 민원 전달이다.
당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던 업체 측 관계자의 요청이 전달됐고, 김 후보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측에 해당 사안의 신속한 업무 처리를 요청하는 취지의 연락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야권은 이를 특정 업체를 위한 부적절한 청탁이었다는 취지로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연락을 했다’는 사실과 ‘특혜를 요구했다’는 판단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이 기업이나 국민으로부터 접수된 민원을 관계기관에 전달하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것 자체는 의정활동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김 후보자가 정상적인 심사절차를 건너뛰도록 요구했는지 다른 업체보다 우선적인 처리를 요구했는지 실제 심사 결과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현재 공개된 관련 법원 판단에서도 부정한 청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온 만큼 정치권 역시 ‘청탁’이라는 표현만 앞세우기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김승원 “특혜 아닌 공익적 고충민원”
김 후보자 측의 입장도 명확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내 업체의 임상시험 절차가 부당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살펴봐 달라는 취지의 ‘공익적 고충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임상시험 승인을 요구하거나 심사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없고 정상적인 절차를 생략하거나 특정 업체를 우선적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청문회에서 확인해야 할 것도 분명해진다. 정치적 수사보다 당시 연락 내용과 전후 과정, 식약처의 실제 업무처리 과정 등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실제 특혜가 있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특혜를 입증할 구체적인 사실 없이 ‘민원을 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곧바로 부정한 청탁으로 규정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판사에서 국회 법사위까지…전문성도 검증 대상
김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적격성을 판단하려면 의혹뿐 아니라 그가 법무부를 이끌 전문성과 경험을 갖췄는지도 함께 검증해야 한다.
김 후보자는 판사 출신 법조인으로 변호사를 거쳐 국회에 입성했으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사법·검찰 분야의 주요 현안을 다뤄왔다.
특히 차기 법무부 장관에게는 변화하는 형사사법체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검찰·수사제도 개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법조 실무와 입법 과정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은 김 후보자가 가진 강점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가 후보자 개인을 둘러싼 의혹 공방에만 매몰돼 정작 법무부 장관에게 필요한 정책 능력과 사법개혁에 대한 철학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면 그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음주운전은 분명한 잘못…후보자도 사과
물론 김 후보자에게 불리한 사실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2008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은 분명히 검증받아야 할 사안이다. 김 후보자 역시 이를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높은 수준의 준법의식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과거의 잘못이라 하더라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다만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문제와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의혹을 동일선상에 놓아 모든 것을 ‘부적격’의 근거로 묶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한다. 잘못은 잘못대로 평가하고 의혹은 사실관계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역할이다.
청문회가 ‘낙마시키기 위한 무대’가 돼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회는 어느 정부에서든 후보자에게 가장 혹독한 검증의 시간이다. 야당이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김 후보자 역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자료와 사실로 답해야 한다.
하지만 검증과 정치공세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어야 한다. 의혹을 제기했다면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따라야 하고, 후보자의 해명뿐 아니라 이미 내려진 법원 판단과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 역시 동일한 무게로 다뤄져야 한다.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 방식이라면 인사청문회 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반대로 김 후보자 역시 법원 판단만을 방패로 삼아서는 안 된다. 당시 누구의 부탁을 받았는지, 왜 식약처에 연락했는지, 무엇을 요청했는지, 해당 업체가 결과적으로 어떤 행정적 처리를 받았는지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렇게 했는데도 특혜나 부당한 압력의 구체적인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평가 역시 달라져야 한다.
법무부 장관, 의혹의 숫자가 아니라 능력과 사실로 판단해야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수록 오히려 한 가지 원칙은 분명해져야 한다. 의혹이 많이 제기됐다는 사실 자체가 부적격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의혹 가운데 무엇이 사실인지, 무엇이 정치적 주장인지 가려내는 것이 먼저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동시에 법률 전문성, 조직 장악력,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이해와 개혁을 실행할 능력 역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김 후보자가 판사와 변호사, 국회의원과 국회 법사위 활동을 거치며 쌓은 법조·입법 경험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분명 평가받아야 할 자산이다.
오는 15일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충분히 소명한다면 그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
“김승원은 법무부를 제대로 이끌 능력이 있는가.” 인사청문회가 답해야 할 본질적인 질문도 바로 그것이다. 잘못이 확인된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능력과 자격까지 미리 재단해서도 안 된다.
김승원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자격은 정치적 공방의 크기가 아니라 확인된 사실과 앞으로 보여줄 정책 역량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것이 인사청문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