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철 기자가 본 세상 데스크 칼럼] “돈 없어서 못 한다?”…추미애 도정, 시작부터 멈춰선 경기도

공약 미루고 예산 줄이고 인사까지 연기…‘재정위기’가 만능 명분 돼선 안 돼
“왜 못 하나”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답해야…도정 운영 능력 시험대

 

공약은 미뤄졌다. 예산은 깎였다. 인사도 내년으로 넘어갔다.

 

추미애 경기도정이 출범 초기부터 ‘재정위기’를 앞세워 주요 현안을 잇따라 뒤로 미루면서 도정 운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이 어렵다는 설명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도민이 도지사에게 맡긴 역할은 어려움을 설명하는 데 있지 않다. 어려운 상황에서 해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도지사의 책임이다.

 

옛말에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 했다. 미리 준비하면 근심이 없다는 뜻이다.

 

선거 과정에서 수많은 공약을 내놓았다면 그 공약을 실현할 재정 여건과 우선순위도 함께 살폈어야 한다. 취임하고 나서야 “돈이 없다”며 공약을 뒤로 미룬다면 도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선거 때 내놓은 공약은 어떤 재정 상황을 전제로 만든 것인가. 불필요한 사업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공약까지 미루고, 기존 사업을 줄이고, 조직을 움직여야 할 인사마저 연기한다면 과연 정상적인 도정 운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인사 연기도 마찬가지다.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사를 장기간 미루면서 공직사회의 동력까지 떨어뜨린다면 혁신이 아니라 행정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

 

전임 도정의 재정 운용에 문제가 있었다면 정확하게 공개하고 책임을 따지면 된다. 그러나 언제까지 전임 도정의 재정 상황만 탓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 경기도정의 성과와 실패는 추미애 지사의 책임이다.

 

도지사는 좋은 재정을 물려받아 편하게 사업하라고 선출하는 자리가 아니다. 돈이 부족하면 우선순위를 정하고, 국비를 확보하고, 낭비성 예산을 걷어내면서도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은 살려내야 한다. 그것이 행정능력이고 정치력이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언행일치(言行一致)다. 선거 때 한 약속과 취임 후의 행동이 달라진다면 아무리 그럴듯한 이유를 내놓아도 도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공약도 미루고, 예산도 줄이고, 인사도 못 한다면 도대체 무엇으로 도정을 이끌겠다는 것인가. ‘재정위기’라는 네 글자가 모든 정책 지연의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 도민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없다”는 설명이 아니다.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다.

 

추미애 지사는 이제 ‘왜 못 하는지’를 설명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해낼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공약을 미루고, 예산을 줄이고, 인사까지 연기하면서 모든 이유를 재정위기로 돌린다면 도민의 인내도 오래가지 않는다.

 

재정이 어렵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를 돌파하지 못한 채 그 뒤에 머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재정위기는 도정 실패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도민이 원하는 것은 변명이 아니라 해법이고, 설명이 아니라 실행이다. 재정위기 뒤에 숨는 도정은 오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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