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한국에 정착한 자녀와 함께 지내고 싶은 외국인 부모에게 대한민국의 현행 체류제도는 얼마나 현실적인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을까.
단기간 자녀와 가족을 방문한다면 단기방문(C-3) 체류자격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과 보다 안정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장기간 머물고 싶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결혼이민자의 부모 등 일정한 가족을 대상으로 한 방문동거(F-1-5) 체류제도가 존재하지만 모든 외국인 부모가 단순히 ‘한국에 있는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결국 F-1-5 등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부모는 단기방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C-3는 장기적인 가족동거에 적합하지 않고 F-1-5는 이용할 수 있는 대상과 요건이 정해져 있다면 그 사이에 놓인 가족은 어떤 체류자격을 선택해야 할까.
이번 기획특집이 던지는 네 번째 질문이다.
C-3는 말 그대로 ‘단기방문’
C-3 체류자격은 관광이나 친지·가족 방문 등 단기간 대한민국에 머무는 외국인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단기체류 자격이다.
가족을 만나기 위한 방문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장기간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만들어진 체류자격은 아니다.
따라서 한국에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C-3를 이용해 사실상 국내에서 계속 생활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
출입국 당국이 반복적인 입·출국이나 장기간 체류 이력을 확인하고 실제 방문 목적과 체류계획을 살펴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외국인 부모 역시 이러한 원칙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른 선택지가 마땅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 정착한 자녀와의 가족관계는 계속된다.
부모가 고령이 되면서 자녀와 함께 보내고 싶은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고 가족의 도움이나 병원진료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때마다 단기방문에 의존해야 한다면 결국 출국과 재입국을 반복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F-1-5가 있지만 모든 부모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혼이민자의 부모 등 가족을 위한 방문동거(F-1-5) 제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외국인 부모를 위한 장기체류 제도가 전혀 없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문제는 ‘누가, 어떤 요건으로 이용할 수 있느냐’다.
현행 방문동거 제도는 결혼이민 가정의 자녀 양육 지원 등 일정한 요건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가족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외국인 부모에게 장기체류가 허용되는 구조는 아니다.
자녀가 성장해 양육 지원 필요성이 사라졌거나 현행 제도가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일반적인 가족동거를 목적으로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체류제도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가족이 함께 생활할 필요성은 어린 손자녀를 돌봐야 할 때나 특별한 사정이 발생했을 때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생활하고 서로 돌보는 것은 특정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만 존재하는 가족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녀가 대한민국 국민이 돼도 부모는 여전히 ‘외국인’
이 문제는 결혼이민자가 오랜 기간 한국에서 생활한 뒤 귀화해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경우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외국에서 태어났지만 대한민국에 정착해 가정을 이루고 국민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본국의 부모는 여전히 부모다.
한국인 배우자에게 자신의 부모가 가족인 것처럼 결혼이민자나 귀화자에게도 외국 국적의 부모는 가족이다.
하지만 부모가 외국 국적이라면 한국에서 장기간 함께 생활하기 위해 별도의 출입국·체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국적과 국경을 관리하는 국가 입장에서 일정한 기준과 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다문화가정이 이미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현실을 고려한다면 가족결합의 필요성을 체류정책에 어느 범위까지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C-3 반복 이용 안 된다면”…어떤 비자를 이용해야 하나
본지가 이번 기획특집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도 바로 이 부분이다.
C-3는 단기방문 체류자격이기 때문에 사실상의 장기체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부도 그다음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정착한 자녀와 일정 기간 함께 생활하고 싶은 외국인 부모는 어떤 체류자격을 이용해야 하는가.”
현행 F-1-5 요건에 해당한다면 해당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문제는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가족과 상당 기간 함께 생활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는 부모다.
장기간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한국에서 취업하려는 것은 아니다. 영구적으로 한국에 정착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일정 기간 자녀와 함께 생활하고 가족을 만나며 필요한 경우 병원진료 등을 받은 뒤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부모도 있을 수 있다.
현재의 체류제도가 이러한 ‘단기방문과 장기정착 사이’의 가족체류 수요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 허용 아닌 ‘조건부 가족동거’ 검토할 때
대안이 모든 외국인 부모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장기체류를 허용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제도 악용 가능성과 국가의 체류관리 필요성 역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한국에 정착한 자녀와의 가족관계가 명확하고 초청 가족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과 주거능력이 있으며 부모의 체류비와 의료비 등을 부담할 수 있는지 등을 객관적인 요건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과거 출입국 관련 법령 위반 여부나 범죄경력 등을 심사하고 일반적인 영리 목적의 취업활동을 제한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한 부모에게 일정 기간 가족동거 목적의 체류를 허용하고 요건이 유지될 경우 연장할 수 있도록 한다면 C-3를 이용한 반복적인 입·출국 문제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핵심은 외국인 체류를 관리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합법적인 가족체류 경로를 제도 안에 만들자는 것이다.
법무부에 ‘가족돌봄 체류비자’ 신설 공식 제안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제안도 정부에 공식 접수됐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법무부에 제출된 ‘다문화가정 부모의 가족결합권 보장을 위한 가족돌봄 체류비자 신설 및 F-1-5 적용범위 확대 제안’에는 현행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국민신문고 신청번호는 ‘1AB-2608-0009323’이다.
제안은 한국 국민·결혼이민자·귀화자 등의 외국인 부모가 가족관계와 소득·주거·보험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가칭 ‘가족돌봄 체류비자’를 통해 일정 기간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거나 현행 F-1-5의 적용범위를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최초 일정 기간 체류를 허용한 뒤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갱신하도록 하고 일반적인 영리 목적의 취업활동은 제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핵심은 C-3의 취지를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 C-3는 단기방문 제도로 유지하되 장기적인 가족동거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그 목적에 맞는 별도의 합법적인 체류경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는 외국인 부모에게만 도움이 되는 정책도 아니다.
체류목적과 자격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면 출입국 당국 역시 단기방문을 이용해 사실상 장기체류하려는 경우와 정상적인 가족동거 목적의 체류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다
다문화가정 부모의 체류 문제를 단순히 ‘외국인의 입국 문제’로만 바라보기에는 대한민국 사회가 이미 크게 변했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사람이 오랜 기간 대한민국에서 생활하고 자녀를 키우며 국민으로 살아가더라도 외국에 있는 부모와의 가족관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불법체류와 불법취업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반복적인 단기방문이 사실상의 장기체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역시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싶다는 현실적인 수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C-3가 아니라면 무엇을 이용해야 하는가. F-1-5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어떤 합법적인 길이 있는가.
정부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일부 다문화가정의 외국인 부모는 앞으로도 단기방문과 장기체류 사이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다문화사회를 이야기한다면 이제 체류정책 역시 ‘외국인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넘어 ‘한국에 정착한 가족이 제도 안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