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한국에 정착한 자녀를 만나기 위해 입국한 외국인 부모가 자녀가 운영하는 식당이나 가게를 찾았다면 어디까지가 가족으로서의 일상적인 행동이고, 어디부터 체류자격상 허용되지 않는 취업활동으로 판단될까.
단기방문(C-3) 체류자격으로 입국한 외국인의 취업활동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은 명확하다.
출입국 당국 역시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하더라도 서빙이나 설거지 등 실제 영업과 관련된 업무를 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 조리나 계산 등 영업에 직접 연결되는 행위 역시 단기방문 체류자격에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핵심은 단기방문 외국인에게 식당 일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취업활동을 제한하는 현행 원칙을 지키면서도 한국에 정착한 자녀와 함께 생활하려는 외국인 부모의 현실을 현행 체류제도가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데 있다.
■ 앞치마 한 장에서 시작되는 ‘근로 의심’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 외국인 부모가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앞치마를 착용한 사진이나 영업장 안에서 활동하는 모습 등이 확인될 경우 실제 취업활동 여부를 확인받을 수 있다.
앞치마를 착용했다는 사실과 실제 근로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면 서빙이나 설거지, 조리, 계산 등 영업에 직접 연결되는 업무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했다면 단순한 가족방문이나 가족 간 일상적 행동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출입국 당국이 이러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체류자격에 맞지 않는 취업활동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다.
문제는 다문화가정의 가족생활이 일반적인 가정과는 다른 체류자격의 제약을 함께 안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 부모가 자녀의 가게를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부모가 외국 국적이고 취업이 허용되지 않는 체류자격이라면 가족에게는 자연스럽게 여겨질 수 있는 행동도 체류관리 차원에서는 다르게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다문화가정은 가족 사이에서 이뤄지는 일상적인 행동에서도 체류자격이라는 기준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현실에 놓인다.
■ “취업하지 말라”는 원칙은 맞다…그렇다면 가족은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나
불법취업을 방지하기 위해 취업활동이 허용되지 않는 외국인에게 식당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서빙·설거지·조리·계산 등 어떤 행위가 취업활동으로 판단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안내하는 것은 외국인과 다문화가정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에 정착한 자녀와 장기간 함께 생활하고 싶은 외국인 부모가 있어도 가족관계를 이유로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장기체류 자격이 제한적이라면 결국 단기방문에 의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방문으로 입국하면 장기간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 어렵고 취업활동 역시 할 수 없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입·출국을 반복할 경우에는 방문 목적과 체류 형태에 대해 추가적인 확인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단기방문이라는 체류제도의 목적과 한국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다문화가정의 가족생활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는 대목이다.
■ 가족의 자영업을 돕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의 해법을 단기방문 외국인에게 가족의 식당이나 가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서 찾아서는 안 된다.
C-3 체류자격에서 취업활동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대신 정부가 검토해야 할 것은 한국에 정착한 자녀와 일정 기간 함께 생활하거나 가족을 돌볼 필요가 있는 외국인 부모에게 그 목적에 맞는 합법적인 체류경로가 충분히 마련돼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결혼이민자의 부모 등을 대상으로 방문동거(F-1-5) 체류자격이 운영되고 있지만 대상과 요건이 정해져 있어 다문화가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족동거 수요를 모두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단기방문 자격의 취업 제한을 완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다문화가정 부모에게 가족동거와 돌봄을 목적으로 한 별도의 장기체류 통로를 마련하고, 해당 체류자격에서 가능한 활동과 불가능한 활동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출입국 당국은 단기방문과 장기 가족동거의 목적을 보다 분명하게 구분하고, 외국인 부모와 가족 역시 체류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준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된다.
■ 법무부에 ‘가족돌봄 체류비자’ 제도개선 공식 제안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문화가정 부모를 위한 가칭 ‘가족돌봄 체류비자’ 신설 또는 현행 F-1-5 적용범위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제안이 법무부에 공식 접수됐다.
국민신문고 신청번호는 ‘1AB-2608-0009323’이다.
제안에는 한국 국민·결혼이민자·귀화자의 외국인 부모가 가족관계와 소득·주거·보험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자녀 가족과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장기체류 통로를 마련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일반적인 영리 목적의 취업은 제한하되 가족동거와 손자녀 돌봄, 가사 지원, 병원 진료 등 가족생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가족이 운영하는 자영업과 관련해서도 근로를 포괄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가족생활 과정에서 이뤄지는 행위와 실질적인 취업활동을 구분할 수 있도록 판단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는 외국인 부모에게 취업의 예외를 인정하자는 요구가 아니라 다문화가정이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명확히 알고, 동시에 가족으로서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 다문화사회, 체류자격도 ‘가족의 현실’을 담아야
출입국 관리에는 분명한 원칙이 필요하다.
단기방문 자격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사실상 취업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으며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예외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다문화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출입국 정책도 단순히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규제하는 관리 중심의 접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한국에 정착한 자녀와 외국인 부모가 일정 기간 함께 생활하고 서로를 돌봐야 하는 현실적인 수요가 존재한다면 그에 맞는 합법적인 체류경로를 마련하는 것 역시 정부가 검토해야 할 과제다.
취업이 허용되지 않는 단기방문 자격으로 들어와 가족의 사업을 돕도록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가족과 함께 살아갈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 언제까지 단기방문만을 반복하게 할 것인지, 이제는 제도가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 부모의 체류 문제는 더 이상 일부 외국인의 출입국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변화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족’을 어디까지 제도 안에 담아낼 것인가.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한국의 체류정책이 이제 답해야 할 또 하나의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