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는 숫자로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신뢰는 숫자로 얻을 수 없다.
7일 경기도의회는 제12대 전반기 의장단 구성을 마무리했다. 의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남종섭 의원은 재적의원 167명 가운데 찬성 165표, 반대 2표를 얻어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어 제1부의장 선거에서도 단독 출마한 고은정 의원이 찬성 165표, 반대 2표를 얻어 당선됐다. 제2부의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김미숙 의원이 142표를 얻어 당선됐고, 국민의힘 금종례 의원은 24표를 얻었다. 기권은 1표였다. 결국 의장과 제1·2부의장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예상했던 결과다.
그러나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과정이 아니라 정치가 남긴 메시지다. 민주당은 늘 협치를 이야기했다. 대화와 상생을 강조했고, 권력은 견제와 균형 속에서 행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정치에서도, 지방정치에서도 협치는 민주당이 가장 많이 사용한 정치적 언어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더욱 묻고 싶다. 왜 지금은 협치가 보이지 않는가. 의석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자리를 가져가는 것이 과연 민주당이 말해온 협치의 모습인가. 물론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수당이 의장단을 모두 차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는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이 항상 같지 않다. 부의장 한 자리를 야당에 배려한다고 해서 민주당의 의정 운영이 흔들렸을까. 도정이 마비됐을까. 민생이 멈췄을까. 아니다. 달라졌을 것은 오직 하나였다. 도민들은 “그래도 민주당이 협치를 선택했구나”라고 평가했을 것이다.
정치는 권한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가 아니라, 그 권한을 얼마나 절제했는가로 평가받는다. 진짜 리더십은 힘이 없을 때 양보하는 것이 아니다. 힘이 충분할 때도 나눌 줄 아는 것이다. 이번 경기도의회 원구성은 민주당이 의석수에서는 승리했지만, 협치의 명분에서는 적지 않은 숙제를 남겼다.
경기도의회는 민주당의 의회가 아니다. 국민의힘의 의회도 아니다. 1,420만 경기도민의 의회다. 의장은 민주당 의원만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고, 부의장 역시 특정 정당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의장단 전석이 하나의 정당으로 채워진 현실은 많은 도민에게 “협치보다 독식이 우선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제 관심은 상임위원장 배분으로 향한다. 여기서도 민주당이 모든 자리를 가져간다면 협치를 강조해 온 정치적 명분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일부 상임위원장을 야당에 배려한다면 의장단 구성으로 잃은 신뢰를 일정 부분 회복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치는 선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선거는 권한을 주지만, 권한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정치의 품격을 결정한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도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 선택은 독점하라는 의미였을까. 아니면 더 큰 책임을 지라는 뜻이었을까. 답은 민주당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경기도민은 더 이상 ‘협치’라는 단어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단어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보고 싶어 한다. 의장단 구성은 끝났다. 그러나 협치에 대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권한은 얻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권한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책임이다. 그 책임 앞에서 민주당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도민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