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한민국 다문화 현실 보고서-국경 안의 가족들 ➅] “다문화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제도 밖에 남겨진 국제가정의 일상

외국인 노동력 확대와 다문화 정착 지원 사이의 간극
출입국 관리 중심 외국인 정책이 놓치고 있는 가족과 돌봄의 현실

 

[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외국인을 필요로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정부는 외국인 정책 확대를 공언하고, 산업 현장에서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호소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다문화 정착 지원과 포용을 내세운다.

 

통계 속 외국인 숫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을 들여다보면 더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대한민국은 외국인을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정책 대상이 아닌 이웃과 가족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이 질문은 특히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정착한 가정에서 더 절실하게 제기된다. 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 이들은 이미 이 사회의 구성원이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세금을 내며, 자녀를 키우고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린다. 그럼에도 이들이 속한 가족은 여전히 여러 제도의 경계 밖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외국 국적 부모의 체류 문제다. 한 국제가정의 딸은 한국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한다. 경기 침체와 인건비 부담이 겹치며 가게 운영은 갈수록 팍팍해진다. 외국에 살던 부모가 잠시 한국에 와 딸의 가게 일을 돕고, 손주를 돌보는 것은 가족에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하지만 출입국 관리의 시선은 다르다. 이들의 체류를 ‘체류 목적 외 활동’ 가능성으로 의심하고,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 지점에서 국제가정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한국인 부모가 자녀 가게를 돕는 건 괜찮은데, 외국 국적 부모가 돕는 건 왜 문제가 되는가.” 국가가 체류 질서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 불법체류와 무허가 취업을 막아야 한다는 원칙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와 심사 관행이 여전히 외국인을 ‘관리·통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문화 정책과 출입국 현실 사이의 간극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다문화 포용을 외치며 축제를 열고, 각종 지원 사업을 홍보한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 교육, 언어 지원, 문화 교류 프로그램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같은 다문화 가정의 부모·조부모가 가족을 돕는 돌봄과 생계형 지원조차 제도의 경계 밖에서 바라본다. 외국인 가족 구성원이 가게 일을 도우면 ‘불법 취업’이 될 수 있고, 손주를 돌보는 일상적인 돌봄조차 체류 목적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린다.

 

이런 모순된 풍경 속에서 국민과 당사자들은 “환영은 하지만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는 이중적 메시지를 체감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다문화를 포용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제도는 여전히 외국인을 ‘언제든 내보낼 수 있는 존재’로 전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제는 국제가정이 더 이상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2026년의 한국 사회에서 국제가정은 학교와 직장, 지역사회 곳곳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초등학교 교실에는 다양한 국적의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골목 상권에는 국제가정이 운영하는 가게가 늘었다. 그럼에도 일부 출입국 제도와 심사 기준은 여전히 과거, ‘외국인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손님’이던 시절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외국인 정책의 방향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숫자를 채우는 정책, 통계상 인구 감소를 완화하는 수단으로만 외국인을 다루는 접근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 안에서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과 가족의 현실, 돌봄과 생계, 지역 공동체의 일상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다.

 

다문화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다문화를 말하려면, 외국인을 향한 시선을 ‘관리의 대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이 눈앞에 와 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