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사는 결국 사람을 남긴다..『기사로 버티는 사람』을 출간하며..

광고 압박·생존 고민·현장 기록까지…지역 기자의 솔직한 고백
화려한 성공담 아닌 ‘버텨온 시간’의 기록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지역 현장을 뛰었다. 누군가는 지역 언론을 작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영향력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지역 기자의 삶은 화려하지 않다. 중앙 뉴스처럼 전국의 주목을 받는 것도 아니고, 기사 하나로 세상이 크게 바뀌는 일도 많지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누군가는 왜 아직도 지역에서 기사를 쓰냐고 묻는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수도 없이 흔들렸다. 기사보다 광고 걱정을 먼저 해야 했던 날도 있었고 취재보다 생계를 고민해야 했던 시간도 있었다. 열심히 뛰어다녀도 남는 것은 많지 않았고, 때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버거운 순간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결국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누군가는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역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들이 쌓이는 공간이다.

 

재개발로 사라지는 골목, 폐업 직전의 작은 가게, 민원 하나 해결되지 않아 답답해하는 시민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정치의 언어들까지 결국 지역은 사람 사는 현실 그 자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대부분 오래 기록되지 않는다. 대형 뉴스의 속도 속에서 금방 밀려나고 잊혀진다.

 

그래서 나는 현장을 남기고 싶었다. 거창한 정의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끝까지 봐야 하고 누군가는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기사로 버티는 사람』은 그런 시간들의 기록이다.

 

잘나가는 기자의 성공담도 아니고, 언론인의 화려한 이야기 역시 아니다. 오히려 버티는 이야기다. 조회수와 공익성 사이에서 흔들렸던 시간, 광고 압박 속에서도 기사 방향을 고민했던 순간들 지역 언론이 가진 현실적인 한계와 구조적 문제들까지 가능한 솔직하게 담아내려 했다.

 

특히 책을 쓰며 가장 많이 떠올린 것은 “지역 언론은 왜 점점 힘들어지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지역 언론은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지만 동시에 가장 불안정한 구조 속에 놓여 있다. 클릭 수는 생존이 되고 광고는 현실이 된다. 공익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늘 버거웠다. 그럼에도 아직 현장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도 남기고 싶었다. 어쩌면 이 책은 지역 기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가게를 지키고, 누군가는 공장을 지키고, 누군가는 가족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리고 누군가는 기록을 지키며 살아간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뉴스는 더 빠르게 소비된다. 짧고 자극적인 제목은 넘쳐나고 알고리즘은 속도를 요구한다. 하지만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람 이야기는 직접 들어야 하고, 현실은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는 아직도 그 느린 기록의 힘을 믿는다. 『기사로 버티는 사람』이라는 제목에는 사실 거창한 의미를 담지 않았다. 다만 정말 기사로 버텨왔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다시 현장으로 갔고 흔들려도 결국 원고를 썼다. 때로는 그 기록 하나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도 했고 지역의 변화를 남기는 흔적이 되기도 했다.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기록은 결국 사람을 남긴다고 생각한다. 지역은 누군가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현장 어딘가에서 다시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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