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만 바라보는 삼성 노조”… 현실 외면한 강경 투쟁, 공감 잃는다

성과급 정률 지급·상한 폐지 고수로 협상 결렬 사태 장기화 조짐
반도체 초호황 기준 요구에 “투자 여력·사업 구조 외면한 무리한 요구” 비판 확산

 

[경기헤드라인=문수철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협상에서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재계 안팎에서 노조의 강경 기조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노조가 경쟁사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체계를 사실상 ‘최소 기준’으로 삼아 요구 수위를 높이면서 기업 현실과 괴리된 투쟁이라는 비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중재 아래 이틀간 28시간에 이르는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중노위가 제시한 절충안조차 받아들이지 못했다. 중노위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에 더해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의 12%를 특별포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사가 처음 제시했던 10% 안에서 한 발 더 물러선 수준이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퇴보한 안건”이라고 규정하고 협상장을 떠났다. 노조는 영업이익 15% 정률 지급, OPI 상한 폐지, 성과급 제도화 등 기존 요구안을 끝까지 고수했다. 사실상 ‘정률 지급+상한 폐지’를 핵심 조건으로 못 박으며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노조의 이 같은 요구가 SK하이닉스의 사례를 그대로 가져온 ‘복제 요구’에 가깝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대규모 보상을 실시하자, 삼성전자 노조도 이를 사실상 최소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사업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요구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가전, 모바일 등 다수의 대규모 투자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와 첨단 공정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연간 수십조 원대 투자가 불가피한 구조다. 반면 노조는 “영업이익의 몇 %를 자동 지급하라”는 식의 정률 성과급을 고집하며, 사실상 고정비 성격의 보상 체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몇 년 단위로 초호황과 초불황이 반복되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며 “지금과 같은 호황 구간만을 기준으로 영업이익 정률 지급을 제도화하자는 건, 불황기에 대비해야 할 기업의 미래 투자 여력을 무시한 요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안에서도 노조의 강경 기조를 둘러싼 시선은 엇갈린다. 흑자 사업부와 적자 사업부의 상황이 크게 다른데도 일괄적인 강경 투쟁 기조가 유지되면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인 타협보다는 투쟁 자체가 목적처럼 보인다”는 냉소 섞인 반응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측은 이번 조정 과정에서 일정 부분 양보 의사를 내비쳤다. 특별포상 제도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재 적자를 내고 있는 사업부가 향후 흑자로 전환될 경우 추가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노조는 OPI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정률 지급 구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재안을 거부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재계에서는 “실리를 놓친 강경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사가 이미 최초 안에서 한 발 물러선 상황에서, 현실적인 절충보다는 ‘SK하이닉스보다 더 받아야 한다’는 상징성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성과급 협상이 직원 생계와 합리적 보상 논의가 아니라 노조 간 주도권 경쟁으로 흐른다면, 오히려 내부 공감대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갈등의 장기화 가능성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회복이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시점에 노사 충돌이 장기 파업으로 번질 경우, 생산 차질과 투자 위축을 통해 기업 경쟁력 전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진다.

 

재계 안팎에서는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 요구는 필요하지만, 기업의 재무 구조와 산업 특성을 외면한 채 경쟁사 사례만을 기준으로 삼는 강경 투쟁은 결국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성과급 제도 개선 논의가 ‘하이닉스 따라가기’ 경쟁이 아닌, 각 기업의 현실을 반영한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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