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권리를 말하지만, 지금 삼성 노조는 ‘힘의 정치’로 보인다

 

현장을 오래 보다 보면, 갈등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이 있다. 처음엔 ‘이해의 충돌’이었던 문제가 어느 순간 ‘힘의 대결’로 변하는 지점이다. 지금 삼성 노조를 둘러싼 상황이 딱 그 지점에 와 있다. 겉으로는 성과급과 보상 체계 문제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공기는 다르다.

 

이건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니라, 누가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느냐를 겨루는 싸움에 가깝다. 취재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게 권리냐, 아니면 밀어붙이는 거냐.”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문제 될 게 없다.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 일부에서 제기되는 요구 수준과 방식은 그 ‘당연함’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영업이익과 연동된 고강도 요구, 현실과 괴리된 기대치, 그리고 그걸 관철시키기 위한 강경 투쟁. 현장에서는 이걸 두고 “협상이 아니라 압박”이라는 말이 나온다.

 

더 눈에 띄는 건 내부 분위기다. 노조는 원래 내부 결속이 생명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결속이 흔들리고 있다. 탈퇴 움직임이 이어지고, 사업부 간 이해가 엇갈리며 공동 대응에서 이탈하는 흐름까지 감지된다.

 

취재를 하다 보면 이런 말도 들린다. “누굴 위한 노조인지 모르겠다.” 이건 단순한 불만이 아니다. 조직의 정당성을 건드리는 신호다. 갈등의 범위도 심상치 않다. 한 기업 안에서 시작된 문제가 노조 내부 분열을 넘어 사업부 간 갈등으로 번지고, 다른 기업 노동자들과의 충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까지 이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삼성 내부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쯤 되면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이 싸움은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힘을 행사하기 위한 것인가. 노조는 약자여야 설득력을 가진다.

 

그런데 지금처럼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의 압박이 반복되면, 그 순간 노조는 더 이상 약자로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이미 이런 말이 나온다. “이건 약자의 싸움이 아니라 힘 있는 집단의 밀어붙이기다.” 이 인식이 굳어지는 순간, 노조가 의지해온 도덕적 기반은 빠르게 무너진다. 공감은 사라지고 지지는 줄어들고 남는 건 반감이다.

 

기자는 판단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현장에서 들은 질문을 그대로 옮길 뿐이다. “어디까지가 권리고, 어디부터가 선을 넘는 거냐.” 지금 삼성 노조가 서 있는 자리는 그 경계선 위가 아니라 이미 그 선을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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