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진보 진영 단일화가 다시 거센 파열음을 내고 있다. “단일화는 정치적 기술이 아니라 약속”이라는 외침이 나오는 가운데 그 약속을 둘러싼 ‘방법’ 논쟁이 후보 간 갈등을 넘어 진영 전체의 신뢰 문제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논란의 중심에는 유은혜 예비후보 캠프와 안민석 예비후보 측의 충돌이 있다. 유은혜 캠프는 최근 성명에서 안 후보 측을 향해 “안민석 후보의 ‘단일화 파행 시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핵심 쟁점은 이미 합의된 규약을 뒤집는 ‘여론조사 100% 방식’ 주장과 선거인단 방식을 둘러싼 이중적 태도라는 게 유 캠프의 시각이다.
유 캠프는 “단일화는 정치적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약속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수많은 시민과 단체 앞에서 공적으로 맺은 사회적 계약”이라고 못 박는다. 이번 경기도교육감 단일화가 “164개 교육·시민사회단체와 1,400만 도민 앞에서 이루어진 합의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약속이 “유불리의 문제로 재해석되기 시작하면 단일화는 더 이상 공정한 경쟁의 장이 아니라 전략적 계산의 도구로 전락한다”는 경고가 뒤따른다.
규약 준수 문제는 갈등의 출발점이다. 유 캠프는 “규약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론조사 100% 전환 요구를 사실상 ‘약속 파기’로 규정한다. 단일화 규칙을 선거 전략에 맞춰 바꾸려는 시도가 결국 “단일화 정신을 허무는 행위”라는 비판이다.
여기에 ‘내로남불’ 논란이 기름을 부었다. 선거인단 모집 방식을 두고 한쪽에서는 “금권·동원 선거”라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본인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경선인단을 모집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유 캠프는 “선거인단 방식을 공격하면서 뒤로는 같은 방식을 활용했다면 이는 단순한 정치 공방을 넘어 신뢰의 붕괴로 이어진다”며 “정치에서 일관성은 도덕성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직격했다.
교육감 선거라는 특수성도 갈등의 무게를 키운다. 교육은 가치의 문제이고, 교육감은 그 가치를 구현하는 자리라는 점에서다. 유 캠프는 “규칙을 지키지 않는 과정에서 선출된 리더가 과연 학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단일화 과정에서의 원칙 훼손이 곧 교육 가치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고발 정치’ 역시 논란의 축이다. 같은 교육 공동체에 속한 단체를 경찰에 고발하는 행위가 단일화 과정에서 등장한 데 대해 유 캠프는 “같은 교육 공동체에 속한 단체를 경찰에 고발하는 행위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 연대의 기반을 흔드는 선택”이라고 비판한다. 단일화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의 과정이어야 한다. 상대를 제거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자연스럽게 2022년 경기도교육감 선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진보 진영은 단일화 실패와 분열 끝에 패배를 경험했다. 유 캠프는 “단일화 실패, 진보 진영 분열, 그리고 그 결과로 이어진 패배.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면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와 태도에 있다”고 지적한다. 구조적 반성과 태도 변화 없이는 ‘단일화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진단이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경기교육혁신연대의 책임론도 부각되고 있다. 유 캠프는 “지금 필요한 것은 ‘명분’이 아니라 ‘결단’이다. 경기교육혁신연대 역시 더 이상 중립적 관망자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촉구한다. “규약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지키게 만드는 힘도 존재해야 한다. 원칙이 흔들리는 순간, 단일화는 명분을 잃는다”는 주장이다. 단일화 판을 만든 주체가 이제는 그 판을 지켜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이다.
해법으로 유은혜 캠프가 내놓은 것은 ‘단일화 전 과정 공개’다. 유 캠프는 “유은혜 캠프가 밝힌 ‘단일화 전 과정 공개’ 방침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며, 밀실 협상이 아닌 “공개된 논의, 정치가 아닌 시민의 판단”을 제안한다. 단일화의 주인이 “정치인이 아니라 도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을 유 캠프는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판을 깨려는 사람은 핑계를 찾고 판을 살리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는다.” 지금 경기도교육에 필요한 것은 “누구의 방식이냐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책임질 것이냐”라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단일화는 “이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함께 가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어떤 승리도 의미가 없다”는 경고가 경기교육감 선거판을 향해 던져지고 있다.
진보 단일화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약속을 지키려는 ‘방법’이 승리할지, 유불리를 앞세운 ‘핑계’가 판을 깨뜨릴지, 경기교육 혁신의 향배가 갈림길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