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철 기자가 본 세상 데스크 칼럼] 선거 앞 압수수색, 이것은 수사인가? 정치인가?

  • 등록 2026.02.06 14: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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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불과 몇 달 앞둔 시점, 경찰이 다시 한 번 오산시청을 향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미 지난해 7월 22일 가장동 도로 붕괴사고와 관련해 안전정책과·도로과·기획예산과를 포함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그 이후에도 오산시는 수사 요청에 성실히 협조해 왔다.

 

공직자 34명이 60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았고, 요구된 자료 역시 모두 제출됐다. 그럼에도 다시 시장 집무실까지 포함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이 장면이 시민들에게 던지는 인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수사는 사실 규명을 위한 수단이어야지 정치적 메시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선거 국면에서의 반복된 강제수사는 그 경계선을 위태롭게 만든다.

 

더욱이 아직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의 종합적이고 최종적인 사고 원인 발표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기술적·구조적 원인에 대한 공식 결론이 나오기 전, 행정 수장의 집무실을 다시 압수수색하는 판단은 과연 수사 효율성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다른 고려가 작용한 것은 아닌지 묻게 한다.

 

오산시장 이권재는 이번 조치를 두고 “지방선거를 겨냥한 표적수사, 정치수사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단순한 정치적 방어로 치부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선거를 앞둔 시기, 사정 권력이 행사될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절제와 기준은 무엇인가를 말이다.

 

과거에도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수사나 재판 일정이 선거 이후로 조정된 사례는 존재했다. 이는 특정 인물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인 유권자의 자유로운 판단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관행적 고려였다. 이 원칙이 이번에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 사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정치권의 태도 역시 문제다. 사고 지점 맞은편 보강토 옹벽 구간에서는 과거 민선 5~7기,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붕괴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충분한 점검과 구조적 개선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명확한 설명이 없다. 그럼에도 특정 시점, 특정 인물에게만 책임을 집중시키는 방식은 사고의 본질을 흐릴 뿐이다.

 

사고의 원인은 행정의 한 지점이 아니라 시행·시공·설계·감리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수사 역시 정치적 균형이 아니라 기술적·제도적 균형 위에서 진행돼야 한다. 책임을 묻되,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가려내는 것이 수사의 본령이다.

 

이권재 시장은 도로 유지관리 예산을 2022년 45억 원에서 2023년 80억 원으로 증액해 유지하고 있고, 행정안전부 기준인건비 확보를 통해 3년간 185억 원 상당의 인건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오는 5월 개통을 목표로 금암터널에서 가장교차로를 잇는 임시 우회도로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모든 문제를 면책해 주지는 않지만, 사고 이후 행정이 무엇을 보완해 왔는지를 판단하는 자료임은 분명하다.

 

안전 앞에는 여·야가 없다.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경찰은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공명정대하고 투명한 절차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정치권 또한 사고를 선거용 공방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재발 방지와 원상복구라는 공동의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이번 압수수색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단순하다. 이 수사가 진실을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정치의 시간표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가. 그 답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다면 수사 결과가 무엇이든 사회적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범죄 그 자체가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제도 전반을 잠식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문수철 기자 aszx12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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